• 최종편집 2024-08-10(토)
 


오늘날 석유 다음으로 무역규모가 큰 품목이 커피라는 사실은 놀랍다. 석유는 인류의 모든 분야에 없어서는 안될 요소이니 당연히 무역품목 1위라는 사실이 이해되지만, 사람을 배부르게 하는 것도 아니고 치료하는 약품도 아닌 커피가 무역품목 2위라는 사실은 이해가 안 될 현실이다.

 

대개들 커피는 에티오피아가 발원지라고 말한다.커피의 효능을 발견한 사람은 유목민들이라는 설이 있다. 커피 열매를 먹은 양들이 예민한 반응을 하는 모습이 신기해 목동들이 맛을 보면서 발전했다는 그럴듯한 가설이다. 이슬람 율법에는 음식에 대한 규제가 많아 성직자에게 섭취가 가능한지를 의뢰하게 되고 커피를 다양한 방법으로 테스트한 성직자들을 통해 커피의 각성효과가 밝혀져 수도승들을 중심으로 커피가 음용되었다고 그 기원을 추정한다.

 

성직자를 비롯한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었던 커피가 일반인들에게도 보급되면서 커피는 "잠을 쫒는 각성제"에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게 된다. 수도를 목적으로 하는 수도자는 자신의 묵상활동의 적인 잠을 쫒아야 했기에 커피의 힘이 필요했을 뿐이다. 잠을 쫒는 카페인 성분은 궂이 비싼 커피가 아니어도 된다. 로스팅 과정을 위해 오늘날과 같은 수천만원대의 로스팅기도 필요치 않다.

 

싸구려 프라이팬에 주걱으로 저으며 볶으면 되고 1대에 수백만원 하는 말코닉 그라인더가 굳이 필요치 않다. 절구에 넣고 빻아 가루를 내도 카페인 성분이 구현되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 분쇄된 원두 가루를 액체로 추출하기 위해 수백~수천만원하는 추출기가 없어도 카페인은 추출이 가능하다. 분쇄된 가루를 자루에 담아 뜨거운 물에 우려내면 족하다. 수도자들은 오로지 커피 섭취의 목적인 카페인만이 필요할 뿐이다.

 

하지만 수도자들로부터 신자들에게 전래가 되고 귀족들에게 전파된 커피는 본래의 목적과는 전혀 다른 용도로 탈바꿈을 하면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수도자가 아닌 일반인들은 굳이 커피로부터 각성용 카페인 성분을 보급받을 필요가 없다. 커피가 수도자들에게는 잠을 쫒아주는 각성제였다면 그들로부터 커피를 소개받은 일반인들에게는 취미 생활용 음료일 뿐이다.

 

돈이 없는 수도자들은 최소한의 과정을 거쳐 추출된 커피액이 필요했다면, 돈 많은 귀족들은 좀 더 다양한 방식을 통해 보다 더 향상된 커피음료가 필요했다. 기왕이면 더 좋은 맛을 구현해줄 품종이 필요했기에 다양한 커피의 종자가 필요했고 좀 더 훌륭한 맛을 구현해줄 가공방식이 개발되게 된다. 나무에서 채취한 열매를 햇빛에 말려 가공한 것과 즉시 껍질을 벗겨 씨앗만 건조해 가공한 커피의 맛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고, 다양한 방식을 거쳐 확보된 생두를 어떤 방식으로 가열해 볶느냐에 따라 전혀 맛이 달라진다는 사실도 발견하게 된다.

 

그뿐이 아니다. 가장 최선의 방식으로 볶아진 원두도 분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을 구현한다는 사실도 발견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500백여만원에 판매되는 말코닉과 같은 그라인더가 개발된 것이다. 그리고 이탈리아 장인들의 손길을 통해 각종 추출기가 개발되었다.

 

커피는 최초의 발견을 통해 오랜 기간 수도자들의 잠을 쫒고 각성효과를 제공하는 음료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똑같은 커피가 돈많은 귀족들에게 주어졌을 때 그들은 커피의 용도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발전시켰다.

 

커피의 발전은 득일까 낭비일까?

한국사회에 불어닥친 커피 열풍은 수많은 중년 직장인들에게 창업의 꿈을 심어줬다고 하였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카페들은 결국 프랜차이즈 본사만 배를 불려 줬지만 결국은 모두를 빈 털털이로 만들게 된다.

 

커피가 종교인의 수도활동을 보조하는 착한 친구로만 존재했다면 오늘날처럼 커피가 널리 보급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다양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구와 결합을 통해 커피는 모든 인류로 부터 사랑받는 음료로 발전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더 좋은 맛을 추구하는 욕망은 커피의 본래 목적을 벗어나 낭비라는 희생을 요구하게 된다.

 

가장 먼저 커피를 음용했다는 이슬람 수도자이던 카토릭의 수도자이던 불교의 승려이던 그들이 원하는 카페인 성분은 다소 싸구려로 취급받는 브라질커피이든 베트남 커피이든 상관이 없다. 스타벅스 커피처럼 쓴맛만 강해도 상관 없다. 굳이 비싼 루왁커피가 아니어도 되고 세계 3대 커피라는 자메이카 마운틴, 하와이 코나, 파나마 게이샤가 아니어도 된다. 오로지 먹고난 다음에 잠을 쫒아주고 정신을 맑게해주는 본연의 목적에만 충실하면 된다.

 

종교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종교가 추구하는 공통의 "구원"이라는 본질에는 관심이 없고 마치 커피를 세계무역 2위 품목으로 확대시키듯 종교산업으로 확대한 탓에 종교는 일반으로부터 외면을 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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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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