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회장의 정치적 편향으로 추락한 광복회
횡령, 배임, 사문서 위조 혐의로 막장까지
우리나라에는 자랑스런 광복회(光復會)가 있다. 이 단체는 1965년 설립되어 ‘일제에 항거하며 조국광복에 헌신한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으로 구성된 단체’로, 전국에 17개의 지부와 8,266명의 회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야말로 우리 민족의 자존심과 민족의 긍지를 이어오는 유족과 후손들의 모임이다.
그런데 이 단체가 수년 사이에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추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거기에는 광복회 회장이라는 한 사람에 의하여 국민들이 이해할 수 없는 지독한 관변 단체에다가 친북·반미의 굴절된 모습이 되고 말았다.
이 단체는 정부로부터 연간 22억원(2021년 기준)과 민간으로부터도 거액의 후원을 받아 운영하는 단체이다.
그런데 지난 10일 국가보훈처의 보도자료에 의하면, 회장이라는 사람이 독립유공자 후손들에게 장학금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국회 안에 있는 카페의 수익금을 부당하게 사용하였고, 골재 사업과 관련하여 광복회관을 민간기업에 임의로 사용하게 하는 등의 비위가 확인되어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국회 카페에서 중간거래처를 통하여 허위 발주, 원가 과다 계상 등으로 비자금을 조성하였고, 그것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하였으며 골재 사업 추진에서 공문이 위·변조되었다고 국가보훈처의 감사에 의해서 밝혀졌다고 한다.
어찌 독립유공자의 자존심을 이런 식으로 추락시키는가? 우리 사회에 ‘아빠 찬스’ ‘엄마 찬스’라는 말이 있었는데, 이제는 ‘조상 찬스’까지 사용하는 것인가? 사정 당국은 광복회 회장의 이런 혐의에 대하여 철저하게 수사를 통해 사필귀정을 보여야 하며, 청와대와 정부도 일벌백계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데 현 광복회장의 기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광복회 정관 제9조에 보면 ‘본회는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반대하는 등 일체의 정치 활동을 할 수 없다’(국가보훈처의 국가유공자 등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 제14조에도 ‘각 국가유공자 등 단체는 특정 정당의 정강을 지지·반대하거나 특정 공직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등의 정치 활동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 들어감)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 회장은 2019년 3월 국가보훈처 산하 단체인 광복회 회장 선거에 당선되면서 정치색을 강하게 띤다. 그는 2019년 10월에는 국가전복을 꾀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찬양하였고, 보수 정당을 비난하는 발언을 한다.
또 그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식에서 한국과 무역분쟁 중이던 일본을 싸잡아 비난하였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찬양하는 발언을 하였다. 그리고 2020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민족 반역자가 작곡한 노래를 국가(國歌)로 정한 나라는 대한민국뿐이고, 민족 반역자를 청산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라고 폄훼하였다.
그런가 하면 ‘이승만 대통령이 창군한 국군의 육군참모총장들은 제1~21대까지 일제에 빌붙어 독립군을 토벌하던 자’라는 허위 사실을 주장하였다. 또 같은 달, 보수 정당을 ‘토착 왜구와 한 몸’이라는 투박한 말도 서슴지 않았다.
2021년 광복절 경축식에서도 예외 없이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박근혜 등 보수 정권을 정통성 없는 친일정권으로, 6·25 전쟁 영웅 백선엽 장군을 친일 주구로 대놓고 폄하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가 광복회장이 되고 나서 갑자기 독립운동가와 독립운동을 이용하여 상을 만들었는데, 2021년 독립운동 역사를 널리 알리는데 공을 세운 사람에게 수여하는 ‘최재형상’을 만들고, 당시 추미애 법무부장관에게 상을 수여하였다. 그러나 유족과 후손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폐지하였다. 그리고 다시 ‘우리시대 독립군 대상’을 만들어 더불어민주당의 송영길, 설훈, 우원식, 안민석 의원에게 상을 수여하여, 정치 편향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망발에 가까운 발언은 계속된다. 우리 공무원이 서해상에서 실종 피살된 사건을 두고 월북자로 단정하였고, 소련은 해방군이고, 미군은 점령군이라고 주장하였으며, 태극기 부대로부터 ‘빨갱이’로 불리는 사람이 다음에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발언하였다. 또 미국은 한국을 졸개로 본다는 적개심을 불러일으키는 말도 하였다.
역대 광복회장 가운데 이런 인물은 처음일 것이다. 자신은 과거 보수 정권(공화당, 민정당)에서 관료와 정치 활동을 18년 동안 했는데, 이것은 ‘생계형’이라고 하고, 일제 강점기 죽기 살기로 살았던 분들에게는 ‘친일 주구’의 굴레를 씌우는 이중성을 보인다.
그러나저러나 그 이름과 신뢰가 추락한 광복회가 우리 민족 독립운동의 긍지와 민족정기를 살린 명예를 살리는 길은, 현재 그 안에서 일부에 의하여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정치•이념•역사 인식의 편중과 폄하, 폄훼와 지나친 쏠림의 ‘이념 적폐’를 청산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되어야 한다고 본다.
광복회는 정치 집단이 아니다. 그래서 정치 편향을 가져서는 안 된다. 오늘의 자유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우리 선열들의 목숨을 내건 희생정신은 이념과 정파를 뛰어넘는 숭고함 때문이다. 그것을 특정 이념과 정파와 정강에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고 본다. 광복회가 국민들로부터 존중받는 정신적 지주가 되기를 바란다.